아마 그때는 이미 평양냉면(집)을 몇차례 방문한 이후였고, 포스팅을 했던 날에는 아마 색다른 맛을 찾아 비빔냉면을 주력으로 하는 냉면집에 찾아갔다가 헛걸음을 한 이후였다.
간만에 안암동에서 약속이 있어서 기분좋게 점심식사를 마친 뒤에 그냥 집에가기도 아쉽고 해서 잉여력이 발동했다. 일단은 소화도 시킬 겸, 좀 걷기로 결정~! (이래서 나는 차를 가지고 다니는 것보다 걸어다니는게 더 체질에 맞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후 코스는 다시" 안암동 - 제기동 - 사우나 - 경동시장 - 못가본 냉면집에 가보자~! "
로 잡았다.
그래서 여차저차, 이래저래 하여 낮에 방문하게 된 경동시장.
지난번에는 그 냉면집 찾느라 좀 헤맨 기억이 있는데...역시 인간은 학습하는 동물~! 이번에는 한방에 찾아갔다.
그리하여 도착한 오늘의 목적지!
시장통인데다가 지하에 있다~! 일부러 찾아가지 않으면 찾기 힘든 곳이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입간판. 노란색 바탕에 검정색과, 빨간색의 대비.
명조체와 이탤릭 바탕체의 세심한 조화(사실 서체는 잘 모르겠지만, 두가지 이상 서체를 사용한 것은 틀림 없으니...--;;;)에서 간판 장인의 혼이 느껴진다.
밖에 나와있어야 할 입간판이 계단 중간에 있는 것이 잠시 의아했지만... 발디딜틈이 없었던 시장 골목을 생각하니 이내 이해가 되었다.
한참을 걷고 사우나에서 한판 푹 담근 뒤였지만 점심을 워낙 잘 먹은터라 아직 배가 안꺼진 상태.
그렇지만 오늘 아니면 언제 또 올 수 있을지 모른다는 마음가짐으로, 다이어트 걱정따위는 잠시 접어두고 비빔냉면 주문 ㅇㅇ!
비빔냉면을 시키더라도 차가운 육수가 기본으로 따라오고~ 따뜻한 육수는 셀프~!
일단 비쥬얼은 요래요래. 특이하게 다진 고기가 고명으로 올라와 있다.
요놈을 적당히 비벼서 먹다가 좀 지겨워 지면...
요로코롬 육수를 부어서 물냉면으로...
이렇게 하여 하이브리드냉면 변신완료~!
처음 한젓가락 집을때부터 이미 배는 불러 있었지만 부지런히 젓가락을 저어서...
결국은 마무리.
먹으면서 육수를 처음 들이켰을 때,
'아~ 이녀석은 육수까지 다 먹는건 좀 무리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먹다보니 이렇게나 열심히 들이켜버렸다.
비빔냉면을 주문할 때 매운맛 정도를 선택할 수 있었다. 난 망설임없이 절대 안매운 맛 선택.
색깔은 벌건것이 매워보이지만 별로 맵지않게 잘 먹을 수 있었다.
맛은 쏘쏘~
머리로는 물냉면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면서도 항상 주문할 때는 내가 사실은 비빔냉면을 더 좋아하는 것은 아닐까 고민하면서 물냉면을 주문하는 편이고, 비빔냉면을 먹으면서도 물냉면을 시킬 걸 그랬다고 후회하면서도 또 육수를 부어서 먹는 성격은 아니라, 대놓고 이렇게 하이브리드를 표방하는 냉면에 내심 박한 점수를 주고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래, 나란놈은 성격자체가 컨버젼스, 하이브리드 이런것 보다, 한 놈 제대로 파는걸 선호하는 편인 것이다!
그러나 이집 냉면의 가장 큰 경쟁력은 바로 가격!
적지않은 양에, 비빔냉면에 차가운 육수까지 기본으로 제공하는데다가, 원가절감의 흔적이 보이긴 하지만, 다진 고기까지 올려서 냉면에 부족한 단백질을 보충해 주려는 배려까지 감안해 보았을 때, 4,000원이라는 가격에대한 값어치는 충분히 한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이제 제기시장에서 유명한 냉면집 두군데를 다 가본 입장에서 하나만을 고르라면...
난, 여기로 할란다.
비록 오늘도 물냉면 대신 비빔냉면을 먹은 나 이지만(함흥냉면 전문점이었으니까 어쩌면 당연한 선택,) 아직도 머리로는 평양식 물냉면을 더 선호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또 이집 할매 할배가 장사 그만두기 전에 많이 먹어두고 싶으니까...(소문난냉면은 또 다른 상호가 육남매 냉면 집인데, 가족들이 그렇게 많으니 가게가 망하지 않는 이상 할사람이 없어서 사라지지는 않을테니 아직 시간 여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