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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알꽁알

서울의 달


달이 낮게 떠있어서 그런지 참 크고 가깝게 보이는 밤이었다. 


사진을 한 장 찍어보려 몇걸음 앞으로 걸어나가다가 이내 포기해버렸다. 

어차피 몇걸음 더 가까이 간다고 사진에 달이 더 잘 나오는 것은 아닐거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두 눈으로 보면 이렇게나 크고 가깝게 보이는 달인데, 왜 프레임을 들이대면 내가 본대로 표현이 안되는건지...


잠깐 속상해하다가 백만원짜리 핸드폰 카메라보다 좋은 구백냥짜리 멀쩡한 눈을 가지고 있음에 감사하기로 한다. 


사진 뿐만이 아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프레임은 사물에 좀더 가까이 다가가는데, 그래서 좀 더 자세히 보는데 오히려 방해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럴때는 과감하게 내가 가진 무기(?) 라고 착각하고 있는 프레임을 내려놓고, 내 감을 믿고 그것만으로 대상에 좀 더 가깝게 다가가는 시도를 해 보는 용기를 내 보는 것이 좋겠지. 


너도 그렇다. 


오늘 비스듬히 누워있는 달은 유난히 편해 보인다. 남의 속도 모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