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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알꽁알

자기 이야기

바야흐로 말이 흔하고 범람하는 시절이다. 자기 생각이 없고, 자기가 무엇을 하고있는지 모르는 사람일수록 더 붉어진 눈과 흐려진 침을 튀기며 말 만들기에 골몰한다. 나는 조낸 비애롭고 불쾌하다. 말은 도처에 쏟아지나 귀 기울여 들을 말이 귀한 시절이라니.

제발 당신의 이야기를 하라. 정히 생각이 없고, 할 말이 없으면 그 시간에 라면 가닥이라도 길게 붙들고 오래 오래 삼킬 일이다. 그 시간만큼이라도 세상이 조금 조용해지지 않겠나. 고요하고 맑은 사람이 그립다. 


류근 산문집, 사랑이 다시 내게 말을 거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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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글을 읽고도 내 이야기를 써 내려갈 궁리를 하긴 커녕 이걸 옮겨적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지금은 그런 시기이다. 남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그럴듯하게 내 이야기로 만들어서 잘 옮겨적는 것이 지금의 내가 할 일이다. 그것으로 족하다. 지금의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