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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알꽁알

지하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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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naril

지하철을 타고 가다보면 작은 서류봉투같은 소형 화물을 나르는 노인들을 가끔 마주치게 된다.
경로 우대를 받는 노인들은 지하철 요금을 내지 않고 탈 수 있으니, 물류회사는 비용을 절약할 수 있어서 좋고, 노인들은 소일거리라도 일자리를 구할 수 있어서 서로에게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다.

그런데 오늘, 지하철 3-1번칸에 들어선 영감님의 손에는 꽃바구나가 들려있었다.

맞아. 오늘은 어버이날.
직접 챙겨주지 못한 것이 못내 마음이 쓰인 딸내미가 인터넷에서 고르고 골라, 아버지 일하시는 직장으로 보내드리는 것이겠지.

내맘대로 추측해 보자면,
인터넷에서 꽃을 주문한 딸내미는 20후 30초, 아직 현직에 계신 아버지라면 대략 50대,
그 꽃은 배달하는 영감님은 60후 70초...

저 꽃바구니를 아버지가 직접 전해 받는다면,
그 꽃들 사이에서 딸의 얼굴만 떠오를 것 같지는 않네.

어쨌거나, 딸의 꽃 선물은 의도와는 상관 없이 참 뜻깊은 어버이날 선물이 될 것 같다.



근데 또 한편이 쎄~ 한게, 우리 모두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

이러나 저러나,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