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있는 롯데칠성 자판기에는 트레비가 있다.
탄산수를 좋아하는 관계로 상당히 자주 뽑아 먹는 편인데, 그때마다 이게 참 재미지다.
트레비는 세가지 맛,향? 이 있다.
플래인, 레몬, 라임.
뭐 일반적인 라인업이지.
그런데 자판기 업자의 게으름 탓인지 무지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진열 되어있는 캔은 언제나 레몬인데 막상 나오는건 랜덤이다.
처음에는 예상과 다른 제품을 받아들고 조금 화가 났지만, 익숙해진 이제는 동전을 집어넣고 버튼을 누르는 순간 약간 설레이기까지 한다.
오늘은 어떤 향이 나올까.
제값을 내고도 내가 원하는 정확한 그 제품을 선택할 수 없음에도 그리불쾌하지 않은 것은, 랜덤의 정도가 수인한도를 벗어나지 않음 때문일 것이다.
삶의 불확실성도 딱 이정도였으면 좋겠다.
언제나 지불한 대가만큼은 돌려주지만, 그리고 정해진 큰 틀은 벗어나지 않지만, 정확히 뭐가 내 손에 쥐어질 지는 알 수 없는 상황.
이정도라면 결과를 받았을 때 기쁜마음으로 수긍할 수 있을텐데.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고, 불확실성을 줄이려고 노력하지만 반드시 그렇게만 흘러가지 않는게 인생인것 같다.
오늘은 라임이 나왔다.
세가지 향 모두 특별히 가리지 않고,
잘 받아먹는 내 입맛에 감사한다.
가만, 삶의 결과도 이렇게 받아들이면 되는건가? 어떤 결과가 나와도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마음가짐을 고쳐먹는 것.
뭐 그럴수만 있다면 그러면 좋겠지만, 딱히 벌써 그런 준비를 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성인군자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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