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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알꽁알

오므라이스

#1. 오늘 학식 점심 메뉴는 오므라이스였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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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난 김에 다시 한 번. 내 인생에서 오므라이스를 논할때 빠질 수 없는 장면.



#2.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까 다시 이 포스팅이 눈에 밟혔다. 언젠가 다시 정리 하려고 맘먹고 있었기에 오늘 정리!

점심때 오므라이스를 먹으면서는 혼자 밥을 먹지 않았던 이유로 생각이 잠깐 스쳐가고 말았지만,

저녁때 기숙사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으면서 다시 점심메뉴가 오므라이스 였던게 생각났다.

대략 내 생각의 전개는 오므라이스 -> 데미그라스소스 -> 런치의 여왕 -> (비시소와즈 먹고싶음, 잠깐 샜다가) -> 다케우치 유코 -> 혼자 밥먹기. 여기까지가 서론. 이랬다.

서론에 조금 덧붙이자면, 드라마에서 타케우치 유코는 하루 중 가장 제대로 챙겨먹을 수 있는 점심시간을 사랑한다. 그리고 그 한끼의 식사에서 행복을 느낀다.

물론 혼자다. 그치만 가족아닌 가족을 만나면서 메뉴보다는 누구와 함께 먹느냐가 더 중요해 지지.

 

내가 대학원 와서 법학 실력 이외에 한가지 얻은 것이 있다면, 혼자 식당에서 밥을 먹을 수 있는 능력이다.

30년을 살면서 집 이외의 다른 곳에서 혼자 밥을 먹어본 경험이 거의 없었던 관계로, 혼자 밥을 먹는 경우를 만들지 않거나, 굶기 일쑤였다.

그리고 이러한 습성 때문에 마지막 행시 도전의 결과도 나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 당시 (타의에 의해) 거의 혼자 밥을 먹을 기회가 많았고, 덕분에 맨날 가는 콩나물국밥집과 KFC만을 전전한 나머지 두 상점에는 엄청난 단골이 되었지만, 속은 많이 망가졌던 것 같다.

암튼 각설하고, 고무적인 점은 이제 밥을 혼자 곧잘 먹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내가 갈 수 있는 식당은 몇군데로 아직 한정되어있고, 혼자 먹는 밥이 맛이 있느냐는 문제는 별론으로 하고 밥같은 밥을 파는 식당을 적어도 여러군데 혼자 가서 먹을 수 있다는 점은 요즘들어 내 생활을 매우 편리하게 해 주고 있다. 

생각해 보면 밥을 혼자 잘 먹지 못했던 이유는, 밥을 혼자 먹는 그 상황 자체 보다는, '내가 밥을 혼자 먹어야 하다니'라는 생각때문에 혼자 밥먹는 상황이 발생한 것을 인정하기 싫었던 것 때문이었던 것 같다. 한편 요즘은 내가 밥을 혼자 먹어야 하다니, 가 아니라, 내가 밥을 혼자 먹을 수도 있다니. 로 생각이 바뀌고 나니, 밥먹기가 훨씬 수월해 진것 같다.

혼자 밥을 먹고 있으면, 다른 혼자 밥을 먹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잘 보이게 된다. 물론 밥을 혼자 먹게 된 사연은 별로 궁금하지 않다. 다들 나와 비슷할 테니까.

문득, 아빠도 출장가면 이렇게 자주 혼자 식사하실텐데,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러고 보면 우리 아빠도 참 불쌍하다. 아니 밥을 혼자 먹는게 불쌍한 건 아니지. 암튼 그냥 아빠도 혼자 곧잘 먹는데, 가족들한테 불평한번 안했는데, 혼자먹은걸 뭔가 유세인마냥 그렇게 포스팅 까지 하고 있는 내가 유난스러운 것은 아닌가 하는 것으로 생각이 흘러가게 되었다.

혼자 밥을 먹게 되면 보통 두가지 패턴으로 먹게 된다. 

'앞에 놓여있는 음식은 내가 해치워야할 숙제이다. 난 에너지가 필요하니 널 어서 위장에 집어넣어 에너지로 바꾸는 소화행위를 시작해야한다.' 의 마음가짐으로 엄청난 속도로 음식을 마시든지,

'이 음식의 재료비, 이식당의 유지비 부터 시작해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옷차림, 내가 전에 이메뉴를 어디서 누구와 먹었더라, 밥먹고 나서는 뭐하지, 내일 점심은 뭐먹지 등등 온갖 쓸데없는 생각들을 하면서' 먹거나.

전자의 경우처럼 식사를 마치고 나면 좀 서글퍼진다. 그렇지만 엄청나게 빨리먹게 되어 대신에 시간을 아낄 수 있고 그 시간들을 대신 다른 일에 쓸 수 있다. 이도 좋다.

한편 후자의 경우 식사를 하고 나면, 좀 심심하긴 했지만 그래도 유익한 식사시간이었다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 아, 나 혼자 가만 두면 공부말고도 다른 많은 생각들을 자발적으로 할 수 있구나. 그러다 보면 해보고 싶은 일들도 생기고,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는 일들도 생기고, 나를 돌아보고 앞을 계획할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 되는 것 같다.

오늘( 정확히는 그날)의 식사는 후자였던 모양이다. 잠시 기억을 더듬은 것만으로 이렇게나 긴 글을 쓰게 되다니...물론 별 영양가는 없지만.

덧. 최근엔 글을 간결하게, 말도 간결하게 하려고 노력해 보았다. 그렇게 하다보니 생각도 더 논리적으로 되는 것 같고, 장점이 많은 것 같더라.

그런데 오늘 다시 한번 느낀다. 글을 조리있게 간결하게 쓰는 것은 참 힘든 일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