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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알꽁알

인간은 망각의 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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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아래 후회라는 제목을 붙여서 글을 쓰면서 이렇게나 빨리 후회하게 될 일이

생기게 될 줄은 정말, 미처, 꿈에도 몰랐다.

내가 그 시점으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면, 난 어떤 선택을 할까?

기억 역시 휘발된 상태로 돌아가게 된다면, 똑같이 행동하지 않았을까 한다.

그렇다면 그 시점에서 나의 행동은 잘못된 것이었을까?

물론 결과가 좋지 않으니 잘못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어떻게 보면 또 그게 그렇게 잘못이었나

싶기도 하다.

친구들은 "살다보면 그럴 수도 있다." 라고 위로했지만, 나로서는 정말 용납할 수 없는! 사건이었으니

이러한 경험은 정말 한 번도 많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이것도 나중에 다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지, 기억 속에 추억으로 분류할 수 있는 류의 경험이었는지는 아직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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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을 계기로 내 삶의 방식이 꽤 바뀔수도 있고 생각한다. 그게 나에게 있어 긍정적으로

작용할지, 부의 효과를 가져올지는 두고 볼 일.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이런 사건이 재발하게 될

확률과,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내가 투입해야할 노동력, 비용 등을 따져서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고민하고 앉아 있는 것을 보니 내가 어설프게나마 경제학을 전공하기는 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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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로 내 삶이 좀 불편해지고, 단순해졌다. 언제까지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살게될지, 어떤 식으로

어떤 수준까지 복구하게될지 모른 채, 일단은 현재에 적응하는데 노력을 쏟고 있다.

답답하긴 하지만, 그래도 최대한 단순하게 살기를 바라고 스스로가 멀티 태스킹이 잘 안된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나로서는 한 번에 한 가지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가질 수 있게

되었음에 감사하고 살기로 한다. 당.분.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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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를 가진 사람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자신이 겪은 일을 말로 반복하게 하여 스스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그 상황을 정면에서 인지하고 받아들이게 하는 치료법이 있다고 한다. (어디서 읽은 것

같기도 하고... 사실 가장 싱싱한 기억은 셜록 시즌2. 마지막화.) 지금으로서는 그 처방이 이해가 된다.

난 아직도 사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있고, 심지어 이러한 사실을 주변에 알리는 것도 꺼리고 있다.

물론 주변에 알리지 않는 이유는 챙피하다는 이유가 더 크지만, 이것도 크게 봐서는 같은 맥락이라고

본다. 그렇지만, 지금 내가 받은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서 위의 처방을 받아들여 빨리 회복하고 싶지는

않다. 적당히 애도의 시간을 갖는 것도 그들에 대한 예의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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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인지 다행인지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지금 이렇게 마주하기 싫은 감정, 느끼기 싫은 기분도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사그러들겠지. 감정/감성의 기복이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점점 작아지는 것을

싫어하기는 하지만, 이럴때 이런 고통은 얕게 그리고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 그러나 고통을 줄이

면서 기쁨의 감정폭도 줄일래? 라고 물어본다면 역시 대답은 No!

그러니 지금의 이 느낌도 다 내것이려니 하면서 그냥. 내버려두고, 느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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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일이 여기서 끝이 아니라, 좀 더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만약 이어진다면 그 때 느낄 수 있는 기분은 쾌감과 후회 약간의 동정을 동반한 슬픔 등이

잘 반죽된 복잡 미묘한 것이리라.

꼭! 한 번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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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핀이 어디에 가서 꽂혔는지 알 수 없어 쳐다보고 있으면 내 눈이 침침한가 싶어 계속 눈을

깜빡이게 되는 사진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 사진 찍을 때, 이 날의 좋았던 기분만은 선명하다. 

이래서 남이 찍은 달력사진보다는 내가 발로 찍은 사진이 훨씬 애착이 가는 것이리라.

당분간은 이녀석들이 나에게 몰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