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늘, 거의 내가 잘하는 일에는 관심이 없었다.
내가 좀 잘하는 일이더라도 내가 하기 싫으면 재미가 없으니까
내가 하고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잘하게 만들면 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게 그렇게 어려울 것 같지도 않았고, 하면 될 것 같았다.
그런게 그 내가 잘한다고, 평균 이상은 한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돌이켜 생각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았던 것 같다. 아빠 말마따나 난 뭐 하나 잡고 꾸준히 해 본적이 많지 않고,
끝을 보기보다는 내가 끝을 내는편을 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니까, 정말 내가 그 일을
잘한다고 혹은 그 일이 나와 맞지 않는다고 판단이 서기 전에 난 이미 다른 일을 찾아서 그 일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으니까...
흔히 대학 신입생 들에게 해주는 조언으로, 1학년 때는 이것 저것 많은 경험을 해 보라고 한다.
그런 다양한 시도들, 그런 시도에서 오는 시행착오들이 앞으로 인생에서 시행착오를 줄여줄 수
있을 테니까.
회사에 갓 입사한 신입사원에게도 마찬가지 조언을 해 준다. 신입일때 이것저것 많이 배우려고 하고
모르는거 있으면 많이 물어보라고, 그 때 모르는 건 부끄러운게 아니라고 말이다.
그 말도 마찬가지. 사원 2년차 3년차 되고, 대리 달고 나면 쪽팔려서 어디 물어보지도 못하고 그냥
안고 가면서 끙끙 앓고, 그런게 쌓이면 무능함이 된다는 무서운 암시가 내포되어 있는 것.
아 무슨 이야기 하려다가 이 말을 쓰고 있지?
아 맞다. 암튼, 그러니까 이제와서 인생의 반, 넉넉잡고 삼분의 일을 살아버린 이 시점에 와서
드는 의문은 내가 지금 이렇게 내가 뭘 잘하는지는 잘 모르고, 잘 못하는게 맞는 것 같은 일을 가지고
이렇게 삽질을 하고 있어도 괜찮으냐 하는 것이다.
잘하는 일로 돌아가자니 딱히 잘하는 일이 있는 것도 같지 않고, 이 삽질을 계속 하자니 내 삽은 너무
시원찮은 것 같고, 하는 참 시덥잖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근데 사실 이게 별로 시덥잖은 고민인게, 난 이미 많은 카드를 들었다가 놓았고, 이게 내가 가진 마지막
카드라는 것이다. 죽이됐든 밥이 되었든 이번 턴에서의 내 카드는 이미 결정된 것이렸다.
물론 이후 게임을 어떻게 전개해 갈지는 내가 가진 판돈(밑천)에 따라 결정되겠지....읭?
지금으로서 내가 가진 최선의 전략은 그냥 포커페이스 유지하면서 묵묵하게 이번 턴의 결과를
기다라는 것. 물론 그 기다리는 시간이 정말 그렇게 게임처럼 지루하면서도 정적인 시간만은 아닐
테지만 말이다. 그래도 다행인건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짓이 내가 잘하는 일은 아닐지언정, 하기 싫은
일은 아니고, 심지어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회사를 때려 치우면서 줄곧 외쳤던, "사람이
태어나서 하고 싶은일은 못하고 살더라도 하기 싫은 일은 안할 권리 정도는 있다." 라는 내 주장에서
한 발 더 나아가서 난 하고 싶은일만 골라서, 심지어는 수시로 그것으 바꿔 가면서 하고 있는
복에 겨운 놈이라는 거다. 그러니 하고 싶은 일 하다가, 그게 생각처럼 잘 안된다고 너무 슬퍼하거나
고민하지는 말자. 지금 내가 잘하는 일을 찾아서 하고 있는 것이 아니고, 그렇게
살아오지도 않았으니까. 잘하는 일은, 아직까지 나에게 있어 내가 잘하는 일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정말정말정말정말 최후의 보루로 남겨두는 거다. 진짜 급해서 내가 먹고 살일이 급해지고 당장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면 그때 튀어나와도 늦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때가서 다 잘해버리면
어쩌지? 읭ㅡㅡ?)
그래서 결론은 난 지금 공부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괜히 공부할려고 앉았다가
공부하기 싫으니까, 이런 뻘글이나 싸질르고 앉아있네....
산책이나 한바퀴 하고 와서 정신차리고 숙제나 하자.
이번차 놓치면 당분간은 버스 없다. 정신 차리자.